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은퇴설계, 행복한 인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by 팩포트 2025. 8. 29.

요즘 여기저기서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이후의 일을 벌써부터 걱정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시급합니다. 나날이 높아지는 물가에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은퇴설계라니…… 솔직히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장수시대가 개막했다

인간은 언제나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꿔왔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인간이 로봇이 되지 않는 한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을 수는 없다. 진시황처럼 막대한 권력과 돈을 가졌다 해도 말이다. 부정할 수 없는 이런 진실 앞에 인간은 타협책을 찾듯이 장수를 희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의과학자들은 장수에 초점을 맞춰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온갖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오래 살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오랜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걸까? 드디어 장수시대가 개막했다. 2008년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80.8세다. 1960년 52.6세였던 것에 비하면 48년가 무려 28.2년이 늘어난 숫자다. 이런 추세로 평균수명이 연장된다면 머지않아 100세 수명도 기대할 수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100세까지 사는 세상이 오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생명연장의 시점에서 보면 엄청난 축복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장수시대의 개막이 마냥 축복할 일만은 아니라고 설토하는 것일까?
 
 

장수,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한 경제전문가는 "노후준비가 없다면 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닌 고난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수시대의 개막으로 이제 우리는 은퇴 후 적어도 30년 이상을 아무런 경제활동 없이 보내야 한다. 반면 사회적으로 은퇴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장수시대 이전보다 길어진 노후를 보다 짧은 시간에 준비해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은퇴 후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아 힘든 노후를 보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동안 일한 게 얼마인데 은퇴 후 지낼 생활자금 정도 못 모을까봐? 따로 노후자금을 모을 필요는 없어. 열심히 일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어 있다고."
 
혹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 노후를 맞은 은퇴자의 현실을 살펴보자. 얼마 전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 남녀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은퇴자금은 최소 5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노후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 이상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54.4%는 준비할 능력이 없으며, 39.5%는 자녀에게 자신의 노후를 의탁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노후준비조차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태라면 우리의 노후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의 부모세대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과 고금리 저축, 사두면 무조건 올랐던 부동산시장 덕에 특별히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에 부모를 당연히 모시는 유교사상까지 더해져 노후준비에 대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급격한 경제변화로 인해 부동산시장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 또한 좋은 투자처가 되지 못하는 시대다. 여기에 다변화된 사회에서 평생고용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한마디로 40년을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노후를 보낼 자금이 저절로 굴러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제 개인의 노후는 계획되어야 한다. 막연하게 행복한 노후를 보내겠다고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노후를 살 것인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이 노후를 행복하게 하는가

어느 광고 카피에 이런 말이 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노후는 지금까지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때다. 우리에겐 노후를 여유롭고 평화롭게 보낼 권리가 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늙었을 때 고생은 돈 받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 그만한 준비를 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은퇴설계를 의미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은퇴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 자녀 교육비 및 학자금과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열과 성을 다하면서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데에는 소홀하다. 노후준비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곳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 따로 자금을 할애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은퇴설계는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인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사실상 은퇴설계는 직장인이나 소득규모가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부자들은 따로 은퇴설계를 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어떤 방식으로든 노후자금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혹은 매달 지출에 대한 수입의 비율이 조금도 여유 없이 빠듯한 대부분의 일반인은 따로 계획하여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를 보내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소시민은 은퇴 후 근로소득이 사라지면 기본적인 생활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내 집 마련? 그건 못하면 전셋집에서 살면 된다. 하지만 노후자금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넉넉지 않은 노후생활을 하지 않으려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 준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노구를 이끌고 계속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소일거리 삼아 즐겁게 일하는 것과 늙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같을까? 전자의 경우 일은 활력 있게 살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하지만 후자는 어쩔 수 없이 하는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일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사항이 되어야 노후가 즐겁다.
 
은퇴설계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데 있다. 물론 이외에도 심리적 준비, 삶의 가치관 정비 등이 필요하지만 노후자금 없이는 어떠한 노후도 평안하고 여유로울 수 없기에 노후자금 마련은 은퇴 후 삶을 행복하게 하는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