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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 가장 낮은 마을 이야기

by 팩포트 2025. 9. 15.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 가장 낮은 마을 이야기”는 단순한 지리적 수치의 비교가 아니다. 이는 산과 바다가 빚어낸 삶의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반도 지리와 생활 문화의 풍경화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 가장 낮은 마을 이야기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 가장 낮은 마을 이야기

 

1. 하늘에 닿은 삶.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의 일상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로 잘 알려진 곳은 강원도 정선군의 고한·사북 인근 산촌이다. 이곳은 해발 1,000m 안팎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그야말로 ‘하늘 아래 첫 마을’이라 불린다. 고도가 높은 만큼 기후와 생활 환경은 평지와는 크게 다르다.

해발 1,000m의 고지대는 기온이 낮아 같은 위도의 평지보다 평균 3~4도 이상 춥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초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농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신 감자, 옥수수, 배추 같은 서늘한 기후에 맞는 작물이 재배된다. 정선 감자나 고랭지 배추가 유명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지리적 특성은 사람들의 생활을 독특하게 만들었다. 고지대 마을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땔감과 산나물을 생활의 기반으로 삼았으며 겨울철에는 눈과 한파에 대비해 집 구조도 낮고 단단하게 지었다. 또한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외부와의 교류가 적었고 그만큼 지역 공동체가 긴밀하게 유지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역이 산업화 시기에 탄광 마을로 크게 변모했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정선과 태백은 한때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고 산간 고지대 마을들은 탄광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고지대라는 지리적 조건이 산업 구조와 맞물리면서 마을의 성격이 크게 바뀐 것이다.

즉,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은 단순히 고도가 높다는 특징만이 아니라 혹독한 자연과 그에 맞선 인간의 적응, 그리고 산업화의 흔적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하늘과 맞닿은 이 마을은 한국 산악 지리의 상징이자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보여주는 무대라 할 수 있다.

 

2. 땅끝과 맞닿은 삶. 한국에서 가장 낮은 마을의 풍경

한국에서 가장 낮은 마을은 어디일까? 이는 해발 0m, 즉 바닷가와 맞닿은 마을들이다. 특히 전라남도 신안군, 전남 진도군, 인천 강화도 일대의 갯벌 마을들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들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안선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밀물과 썰물에 따라 삶의 양상이 달라진다.

이들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와 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썰물 때는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 주민들이 조개나 바지락을 캐고 밀물 때는 마을 앞바다가 깊은 바다로 변한다. 갯벌은 주민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바지락, 낙지, 게, 해초 등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그래서 낮은 마을의 생활은 바다의 리듬에 철저히 맞춰져 있다.

또한 낮은 마을은 평지에 있어 벼농사가 활발했다. 서해안과 남해안은 큰 강들이 토사를 실어 나르며 넓은 충적 평야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곡창지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전라도 해안 마을들은 쌀과 해산물이 동시에 풍부해 풍요로운 생활 기반을 갖추었다.

하지만 낮은 마을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태풍이 불어 닥치면 바닷물이 마을을 덮치기도 하고 홍수가 나면 집과 논밭이 물에 잠기곤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제방을 쌓고 간척 사업을 벌여 바닷물을 막아내며 땅을 넓혔다. 인천 송도, 새만금, 신안의 간척지는 모두 이런 삶의 지혜와 도전의 결과물이다.

결국 가장 낮은 마을은 바다와 맞닿아 살면서 풍요와 위험을 동시에 안고 살아온 공간이다. 이곳의 풍경은 단순히 평평한 땅이 아니라 바다와의 줄다리기 속에서 만들어진 인간의 흔적이다.

 

3.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이 보여주는 한국인의 지리학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 가장 낮은 마을 이야기”는 단순히 극단적인 지리적 위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한국인의 삶과 지형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가장 높은 마을은 척박하고 추운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을 거듭해 온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고랭지 농업은 불리한 환경을 역으로 활용한 지혜였으며 공동체 중심의 생활은 고립된 환경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기 위한 필연이었다. 그곳은 자연의 한계에 도전하며 살아온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가장 낮은 마을은 바다와 평야라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번영했지만 동시에 태풍과 홍수라는 위협에 끊임없이 맞서야 했다. 간척과 제방 축조 같은 기술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그곳은 자연의 선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경계해야 했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높은 마을과 낮은 마을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고 문화를 형성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높은 마을은 고립과 적응, 낮은 마을은 교류와 풍요라는 키워드를 가진다. 그리고 이 둘은 결국 한국인의 지리적 다양성과 생활 방식의 폭을 설명하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마을, 가장 낮은 마을 이야기”는 단순히 해발 고도의 차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적응과 지혜의 이야기다. 하늘과 맞닿은 마을은 척박함 속의 강인함을, 바닷가의 낮은 마을은 풍요와 위험 속의 지혜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지리가 단순한 자연 조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형성한 원동력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