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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바라본 한반도, 외딴섬들이 본 한국 본토의 모습

by 팩포트 2025. 9. 20.

“섬에서 바라본 한반도, 외딴섬들이 본 한국 본토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본토에서 섬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꾸로 전환하는 여행이다. 본토가 중심이고 섬이 주변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섬은 오히려 한반도의 경계와 정체성을 비추는 창이 된다.

 

섬에서 바라본 한반도, 외딴섬들이 본 한국 본토의 모습
섬에서 바라본 한반도, 외딴섬들이 본 한국 본토의 모습

 

1. 동쪽 바다의 창, 울릉도와 독도가 바라본 한반도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 한가운데 자리한 한국의 대표적인 외딴섬이다. 본토에서 바라보면 이 섬들은 바다 건너 먼 바위섬처럼 보이지만 정작 울릉도에 서면 한반도는 희미한 지평선 너머에 겨우 걸쳐 있는 실루엣으로만 존재한다. 이 시선의 역전은 우리가 본토 중심의 사고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울릉도의 역사는 단순히 외딴섬의 삶이 아니다. 이곳은 신라 시대부터 본토와 교류하며 어업과 농업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동시에 거센 파도와 겨울의 고립은 울릉도를 본토 바깥으로 만들어왔다. 주민들에게 한반도는 늘 닿을 수 있는 듯 멀리 있는 땅이었고 필요할 때는 나가야 하는 곳이었지만 동시에 항상 돌아올 수 없는 낯선 공간이기도 했다.

독도의 경우는 더욱 특별하다. 독도는 본토와의 거리가 멀어 실질적 생활권과는 연결되지 못했지만 국가적 정체성과 영토 문제에서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독도에서 본 한반도는 단순한 생활권이 아니라 자신을 지탱해 주는 배경이자 중심으로 존재한다. 주민은 없지만 독도가 바라보는 본토의 의미는 다른 어떤 섬보다 강렬하다.

이처럼 울릉도와 독도에서 본 한반도는 가까우면서 먼 곳이다. 본토 사람들에게 섬은 변방의 땅이지만 섬 사람들에게 본토는 더 큰 세계의 입구이자 때로는 소외의 상징이다. 동해의 외딴섬들은 그 자체로 한반도의 공간적 경계이자 정체성을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2. 남쪽 바다의 경계, 제주도와 마라도가 바라본 한반도

남쪽 바다에는 한국 최대의 섬 제주도가 있다. 본토에서 보면 휴양지나 특별자치도라는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정작 제주 사람들에게 본토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중심이자 때로는 억압의 상징이기도 했다.

제주에서 바라본 본토는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교육과 취업, 교역과 문화의 기회가 있는 더 넓은 세상이다. 많은 제주 청년들이 서울이나 부산으로 떠나야 했고 본토는 늘 나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본토는 제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주변화하는 권력의 공간으로 느껴졌다. 4·3 사건의 아픔은 제주에서 본 본토의 얼굴을 차갑게 만들었고 지금도 그 기억은 남아 있다.

제주 남쪽 끝의 작은 섬 마라도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대한민국 최남단에 서면 본토는 아득히 먼 북쪽에 있는 땅이다. 마라도 주민들에게 본토는 생활의 중심이지만 동시에 먼 바다 건너 닿아야 하는 공간이다. 제주 본섬조차 큰 땅으로 인식되며 그 너머의 한반도는 더 큰 세계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이처럼 남쪽의 섬들이 본 한반도는 갈망과 거리감이 교차하는 땅이다. 생활을 지탱해주는 근원임과 동시에 늘 도달해야 하는 타자성의 공간. 남쪽 바다의 외딴섬 시선에서 본 본토는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라 삶과 정체성의 중심이자 때로는 긴장과 갈등의 원천이었다.

 

3. 서해의 전초기지, 백령도와 연평도가 바라본 한반도

서해에는 한반도의 가장 민감한 접경지대인 백령도와 연평도가 있다. 이 섬들은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시에 바로 앞에 북한이 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본토에서 바라보면 서해 5도는 변방의 작은 섬일 뿐이지만 섬에서 바라본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나뉜 현실을 실감하는 현장이다.

백령도 주민들에게 본토는 늘 필요한 곳이었다. 의료, 교육, 교통, 모든 생활 기반은 본토와의 연결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은 군사적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전초기지였다. 본토는 생활의 뿌리이자 군사적 방패 뒤에 있는 안전지대였다. 백령도에서 본 본토는 보호자이면서도 때로는 자신들을 위험의 최전선에 내몬 중심이었다.

연평도 또한 비슷하다. 연평해전과 포격 사건을 겪으면서 주민들에게 본토는 멀리 떨어진 안락한 곳으로 느껴졌다. 본토 사람들에게는 섬이 지켜야 할 영토였지만 섬 주민들에게는 본토가 자신들의 고립을 해소해 주길 바라는 기대의 대상이었다.

서해의 외딴섬들이 본 한반도는 분단의 실체였다. 지도 위에서는 단순히 행정구역의 일부이지만 현실에서 이곳은 남북 갈등과 평화의 경계선이었다. 섬 주민들에게 본토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존재했다. 그들에게 본토는 삶을 이어주는 뿌리이자 동시에 언제든 멀리 느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중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