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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땅끝은 하나가 아니다? 남쪽, 동쪽, 북쪽, 서쪽의 진짜 끝

by 팩포트 2025. 9. 25.

“한국의 땅끝은 하나가 아니다? 남쪽, 동쪽, 북쪽, 서쪽의 진짜 끝"이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 땅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의미를 다시 보게 만든다. 흔히 해남의 땅끝마을만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한국의 네 방향 끝은 각각 다른 장소에 존재하며 그 속에는 고유한 이야기와 상징이 숨어 있다.

 

한국의 땅끝은 하나가 아니다? 남쪽, 동쪽, 북쪽, 서쪽의 진짜 끝
한국의 땅끝은 하나가 아니다? 남쪽, 동쪽, 북쪽, 서쪽의 진짜 끝

 

1. 남쪽의 끝, 해남 땅끝마을과 마라도

한국의 남쪽 끝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전라남도 해남의 땅끝마을이다. 실제로 이곳은 땅끝이라는 이름 자체로 유명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남 땅끝마을에는 땅끝탑이 세워져 있으며 바다 너머로 펼쳐진 한반도의 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육지로서의 남쪽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좌표로 본다면 진짜 남쪽 끝은 해남이 아니라 제주도의 작은 섬 마라도다.

마라도는 제주 본섬의 남쪽 끝에서 약 11k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으로 면적은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의 최남단이라는 특별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한다. 마라도에는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며, 관광객들에게는 한국에서 가장 남쪽에 와본 경험을 제공한다. 재미있는 점은 해남 땅끝마을과 마라도가 각각 다른 맥락에서 끝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해남은 한반도 본토의 끝이라는 역사적·상징적 의미가 있고 마라도는 좌표상 실제 남쪽 끝이라는 과학적·지리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남쪽 끝은 단순히 상징적 의미를 넘어 어업과 생활권과도 연결된다. 해남과 마라도 모두 오래전부터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터였다. 특히 마라도는 풍랑과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어촌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최남단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여준다. 결국 남쪽 끝은 관광지로서의 의미, 지리적 좌표로서의 위치, 그리고 인간 삶이 녹아 있는 현장으로서의 의미가 겹겹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2. 동쪽과 서쪽의 끝, 독도와 마안도

한국의 동쪽 끝은 잘 알려져 있다. 바로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한 독도다. 독도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독도는 위도상으로 울릉도보다 더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대한민국 영토의 최동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진다. 특히 독도는 단순히 지리적 끝을 넘어 영토 주권과 직결된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한국인들에게 독도는 지리적 끝이자 민족적 자존심의 끝으로 여겨진다.

반면 서쪽 끝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라북도 부안군 격포 앞바다에 위치한 작은 섬 마안도가 그 주인공이다. 마안도는 대한민국의 최서단이라는 지리적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독도처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는 접근성의 문제와 상징성의 차이 때문이다. 동쪽 끝인 독도는 일본과의 영토 문제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서쪽 끝은 상대적으로 분쟁의 여지가 적어 주목도가 낮은 것이다.

그러나 서쪽 끝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안도와 그 주변의 서해 섬들은 해양 자원과 어업 활동의 중심지였으며 동시에 바다를 통한 교류의 현장이었다. 중국과 가까운 서쪽 해역은 예로부터 무역과 외교, 해상 교류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한국의 서쪽 끝은 단순히 좌표상의 끝이 아니라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길목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

동쪽 끝과 서쪽 끝은 서로 대비된다. 동쪽은 외부로부터의 침탈을 막아내야 했던 방어의 끝이었다면, 서쪽은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졌던 열린 끝이었다. 이처럼 지리적 끝은 단순히 공간상의 한계선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명적,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

 

3. 북쪽의 끝, 함경북도와 남북 분단의 현실

남쪽, 동쪽, 서쪽의 끝은 현재 한국 사람들이 직접 가볼 수 있는 곳이지만 북쪽의 끝은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의 최북단은 행정구역상 함경북도 온성군 유원진 일대다. 이곳은 압록강과 두만강이 만나는 지점 근처로 한반도의 지리적 북쪽 끝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곳은 현재 북한 영토이기 때문에 남한에서 직접 접근하거나 체험할 수 없는 닫힌 끝이다.

남한 내에서 갈 수 있는 최북단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이다. 이곳은 군사분계선 근처로 민간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한국의 북쪽 끝은 바로 DMZ(비무장지대)와 맞닿은 강원도 북부 지역이다.

북쪽의 끝은 지리적 좌표 이상의 상징을 가진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북쪽 끝은 갈 수 없는 곳, 잃어버린 땅을 의미한다. 독도나 해남 땅끝마을이 자부심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과 달리 북쪽 끝은 민족적 아픔과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 끝의 존재는 중요한 지리적 메시지를 던진다. 한반도의 끝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남쪽 끝과 달리 북쪽 끝은 아직도 완전히 닿을 수 없는 끝으로 남아 있으며 이는 한국 지리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북쪽 끝은 더 이상 닫힌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교류의 관문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