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왜 산맥이 아니라 산맥들일까? 산맥 구분의 숨은 이야기”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단순한 산맥 지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강원도의 산지는 하나의 큰 산맥으로만 설명되기엔 지나치게 복잡하고, 실제로는 수많은 산맥과 지질 구조가 얽히며 독특한 지형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교과서 속 태백산맥, 그러나 현실은 더 복잡하다
우리가 초중등 교과서에서 접하는 강원도의 지리 이미지는 언제나 “태백산맥”이라는 단어로 대표된다. 한반도의 동쪽을 따라 뻗은 거대한 산맥, 그리고 그 산맥 덕분에 강원도는 산이 많고 험준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지질학자들이 들여다본 강원도의 산지는 단순히 하나의 “태백산맥”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먼저, 태백산맥이라는 용어 자체가 학문적 합의가 아닌 역사적·교육적 편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강원도의 산들은 고생대부터 중생대에 걸친 여러 지질 작용과 조산 운동의 결과로 형성된 다양한 산맥들이 모여 있는 형태다. 백두대간이라는 큰 골격 속에 낙동정맥, 금강정맥, 한북정맥 같은 여러 갈래의 정맥들이 뻗어 나가고 그 사이사이에 또 다른 작은 산줄기들이 형성된다. 즉, 강원도의 산지는 단일 산맥이 아니라 산맥들의 집합체에 가깝다.
이런 구조는 지형도만 봐도 드러난다. 동해안과 평행하게 달리는 산줄기가 있는가 하면 내륙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산줄기도 많다. 교과서에서는 편의상 “태백산맥”으로 묶지만 실제 현장에서 연구자들은 그 산줄기를 다시 세분화해 설명한다. 강원도의 산은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서로 얽히고 갈라지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즉, 강원도를 이해하려면 태백산맥이라는 단일 개념보다 그 속에 자리한 다양한 정맥과 산줄기의 복합성을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곧 “강원도는 산맥이 아니라 산맥들”이라는 말의 핵심이다.
산맥 구분이 만든 지리적·문화적 경계
강원도의 산맥들은 단순히 자연 경관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쳤다. 산맥은 곧 교통의 장벽이 되었고 생활권을 나누는 경계선이 되었다.
예를 들어, 백두대간의 중심을 이루는 태백산 줄기는 오랫동안 강원도 내륙과 동해안을 갈라놓았다. 내륙에서는 농업과 목축이 중심이 되었고 동해안에서는 어업과 해상 교역이 발달했다. 두 지역은 산맥을 넘어 교류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언어와 풍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강원도 사투리도 내륙과 해안 지역이 미묘하게 다르고 음식 문화 역시 산을 경계로 달라졌다.
또한 산맥은 행정 구역의 경계를 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의 경계선은 대부분 산줄기를 따라 형성되었다. 이는 자연 지형이 인간 사회의 공간 구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정맥’ 개념을 중요시한 조선시대 지리학은 국토를 다스릴 때 산맥과 하천을 기본 단위로 삼았는데 이는 강원도처럼 산악 지형이 많은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문화적으로도 산맥은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태백산, 설악산, 오대산 등 강원도의 대표적 산들은 모두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고, 마을마다 산신제를 올리며 산맥과 더불어 살아갔다. 이는 산맥이 단순한 지질학적 구조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적·문화적 경계까지 만들어낸 존재임을 말해준다. 결국 강원도의 산맥들은 지리적 경계이자 문화적 울타리였다.
산맥들의 복합성이 보여주는 강원도의 정체성
강원도의 산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지리적 특징을 넘어 강원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산맥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환경은 곧 강원도의 다채로운 생활 양식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내륙의 산골 마을은 척박한 농지를 극복하기 위해 감자, 옥수수 같은 고랭지 작물을 재배했다. 반면 산맥을 넘어 동해안 지역은 바다와 접해 풍부한 수산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산맥의 복합성은 강원도를 단일한 생활권으로 만들지 않고 지역마다 다른 생업과 문화를 만들어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산맥의 구분은 강원도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설악산과 태백산 같은 산맥은 관광 자원으로 개발되면서 강원도의 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또 산맥의 험준함은 교통망 확충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원도가 오늘날 ‘청정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 것도 결국 산맥들이 만든 고립성과 보존성 덕분이다.
더 나아가 산맥들의 존재는 강원도의 정체성을 ‘단일한 산악 지역’이 아니라 다양한 산맥이 공존하는 복합적 지역으로 정의하게 한다. 강원도는 태백산맥 하나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백두대간과 수많은 정맥들이 얽히고설킨 공간이다. 이는 강원도가 단순히 ‘산이 많은 도’가 아니라 산맥의 복잡성이 빚어낸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품은 지역임을 보여준다.
결국 “강원도는 왜 산맥이 아니라 산맥들일까? 산맥 구분의 숨은 이야기”는 강원도를 단순화된 교과서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층적인 지리와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이다. 강원도의 산맥은 단일한 줄기가 아니라 수많은 선들이 교차하며 만든 거대한 그물망이다. 그리고 바로 그 복잡성이 강원도의 매력이자 정체성이다.